겨울이면 동네 아이들이 고구마나 고구마 말랭이를 들고 다니며 먹었다. 매해 우리 집은 감자만 심었는데 어느 해이던가 보다 못한 엄마가 아버지 몰래 밭뙈기 모퉁이에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를 수확하던 날의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내 머리통만한 고구마를 들고 얼마나 신이 났던지.
돌아가신 엄마는 고구마튀김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기름도 아껴야 하던 시절 많은 기름이 들어가는 튀김을 하지 못하고 팬에 고구마 지짐을 해서 먹었다. 지금도 고구마 튀김을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결혼을 하니 시댁은 고구마를 먹지 않는 집안이었다. 특별히 그렇게 된 사연이 있어서 나도 차마 고구마를 사서 먹게 되지는 않았다.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다. 그때에야 비로소 고구마가 먹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러던 고구마인데 아이들이 장성을 하고나니 더더욱 고구마 구입할 일이 없다. 고구마를 먹는 사람은 내가 유일한데 그나마 소화기계통이 약해서 먹고 나면 탈이 나기 때문이다. 가끔 먹고 싶을 때면 물렁한 호박고구마를 사서 구워먹는데 대체로 먹은 것을 후회하게 된다.
요즘이 고구마 수확철이라 페친들 포스팅에 고구마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내가 아는 목사님 농장에서도 지난주에 고구마를 캤다. 그런데 그야말로 내게는 그림의 떡이다. 먹고 싶은 마음과 먹지 못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 심인성이라는 내 위장병은 언제나 완치가 되려는지.....
<저작권자 ⓒ 경기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박연숙의 희망충전소
최신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