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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비긴즈

김문기 | 기사입력 2021/03/22 [13:55]

'일베' 비긴즈

김문기 | 입력 : 2021/03/22 [13:55]

 90년대 후반, 고속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그 때 ‘DC인사이드’ 라는 사이트가 생겼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정보나 기술, 그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 등을 올리며 어울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였다. 당시 디지털카메라는 나름 ‘신식’ 기술이었고, 자연스레 유저층은 20~30대의 인터넷 이용이 익숙하고, 사진이나 첨단기술에 관심이 있는, 약간의 너드(Nerd, 찐따 정도로 의역)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성장기는, 찐따라 해도 딱히 따돌림 당하지 않던 공동체 사회였고, 민주화의 안착으로 인한 격렬한 정치투쟁도 없었으며, 경제 호황으로 인한 낙관론이 지배적이던 시기이다. 반면 이들이 사회에 진출한 시기는 IMF로 ‘국가 부도’ 같은 말이 떠돌던 흉흉한 시기이다. 시대적으로 유쾌하게 성장한 이들은 유쾌하지 못한 사회에서 인터넷으로 도피했고, 그곳에서 지금의 인터넷 문화의 싹을 틔웠다. 90년대와 00년대 초를 지배하던 ‘엽기’나 ‘오인용’, ‘아햏햏’, ‘뷁’등의, 국내 최초라 할 만한 밈(Meme:문화적 유전자)의 탄생은 ‘디씨’에서 등장했다.

 

덕분에 디씨는 그 세를 크게 키울 수 있었고, 기존의 사진이나 디카 정보, 합성사진 정도나 다루던 몇 개의 분리된 게시판은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를 다룬다 할 만큼 세분화 되며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가 되었다. 

 

이 사이트의 운영은 상당히 미국스러웠다. 한 명의 사이트 주인이 몇 명의 관리자를 두고, 자신의 규정에 맞게 운영하며 눈에 거슬리면 쳐내거나 하는 당시의 커뮤니티 운영과는 달리, 디씨의 모든 갤러리(게시판)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했다. 이러한 사이트의 성격은 많은 유저들을 모으기 적합했지만, 초기의 유저층과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유저들의 유입으로 디씨는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초기엔 별 문제가 없었다. 최대한의 자유 속에서도 어쨌거나 수 년을 지속하며 생긴 암묵적인 선이 있었고, 모두가 그 선을 지켰다. 하지만 급격한 유저 유입과 익명성의 조화로, 모인 유저의 성향에 따라 폭주하는 갤러리들이 생겨난다. 갤러리가 폭주하면, 타 갤러리로의 이주가 용이한 사이트 특성 상 온건한 이들은 다른 갤러리로 옮겨가고, 폭주하던 갤러리엔 해당 분위기를 조장한 이들만 남아 더 과격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 중 가장 거대한 괴물이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 약칭 ‘코갤’ 이었다.

 

초기 코갤은 그저 예능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즐겨 보는 유저들이 모인 갤러리였다. 하지만 당시 특정 예능 프로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 지지층과 반대의 대립이 생기고, 점차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디씨에는 ‘실시간 북적 갤러리’, 통칭 실북갤 이라는 ‘트래픽 랭킹’이 존재했는데, 싸움이 나니 당연히 코갤의 트래픽은 올라갔고, 코미디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어도 싸움 구경 하러 오는 사람들과, 재미로 싸움을 조장하는 사람들도 유입되었다. 갤러리는 점점 커지고 난폭해지면서, 기존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겨보던 평범한 유저들은 타 갤러리로 이주한다. 결국 난폭함만 남은 갤러리는 폭주하면서, 온갖 사회문제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쇠락 직전까지도 신상털이나 특정인에 대한 악플과 공격, 고인 모독 등 자신들의 혐오를 마치 자신들의 힘이자 영향력인 양 과시했다. 

 

당시 디씨에는, ‘일간 베스트’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수많은 커뮤니티의 글 중 각 커뮤니티마다 인기글인 ‘개념글’이 있고, 이 개념글 중 특히 유저들이 많이 본 글은 ‘일간 베스트’ 라는, 일종의 랭킹글에 올라간다. 근데 코갤의 경우엔 최소한의 규제만 했던 디씨에서 조차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법한 ‘일간 베스트’ 게시물들을 삭제하는 경우가 많았고, 코갤 유저들 딴에는 자기들이 재밌게 본 게시물들이 자꾸 삭제가 되니, 일간 베스트 게시물들을 별도로 보존하는 사이트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이 사이트의 이름이 바로 ‘일간 베스트 저장소’, 약칭 ‘일베저장소’이다. 2010년의 일이었다.

 

이 후 코갤은 갤러리 내 유저간의 친목행위가 만연하고, 친목 모임에서 여중생을 집단성폭행 하는 등의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사건 사고들을 일으키면서 결국 쇠락한다. 하지만 그 유저층은 고스란히 일베로 옮겨갔고, 여전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현재 우리가 인식하는 ‘일베’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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