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제 민주당 전당대회를 끝으로 우리는 다음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런데 어제 너무도 암울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영상 축사 도중 야유가 터져 나온 것이다. 나는 이들을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라 사이비에 포섭된 자들이라 여긴다.
전당대회 며칠 전 재외국민 한 분과 통화를 할 일이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 재외국민 조직을 했던 터라 여러 재외국민들께서 내게 이런저런 자문을 구하는데 통화 말미에 그런 얘기들을 나누었었다. 고맙게도 그분들은 나에 대한 신뢰가 있어 내가 어떤 말을 하던 이재명에 대한 내 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하고 더러는 수긍도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문재인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실패한 대통령이고 수박이라고. 그래서 내가 그에 대한 나름의 해명을 하면 이번에는 또 이런다. 문재인은 인사에 실패했으니 실패한 대통령이고 수박이라고. 그런 강단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었다고. 우리는 흔히 이낙연 무리들 혹은 그 지지자들을 수박이라고 칭했다. 그러면 이낙연 지지율과 임기 후반기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합해 지난 대선 최종 후보는 이낙연이 되었어야 설명이 된다. 그런데 어떠했는가.
나는 대개의 사람들이 이낙연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길 때 이재명이 차기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고 다녔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을 때 이재명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만들 재외국민 조직을 시작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는 이재명을 지지하고, 이재명의 대선 승리를 염원하고, 누구 못지않게 이재명 대통령이 절실한 사람이라 그래서 더욱 문재인을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옹호한다.
우리는 곧잘 정치인과 신을 구별하지 못한다. ‘정치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완벽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이재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세간에 떠다니는 가짜 뉴스들을 팩트라고 믿는다. 우리는 어떤가. 마찬가지 아닌가. 역사는 세월이 지나야 참과 거짓을 어렴풋이라도 대면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팩트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런 논조로 글을 쓸 때마다 팔로워가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나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나마 어제의 일로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행이다. 문재인과의 경선 당시 손가혁이 이재명 최대의 위험요소였다는 사실을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번에는 무엇이 이재명의 대권을 위협하고 있는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 최고였다. 그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한데 문재인 지지자들을 적으로 두고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민주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라서 대권 또한 좌우, 중간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
지난 대선의 패인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 한 가지를 들자면 심상정이 죽도록 싫을지언정 정권을 넘기는 일보다는 나음을 우리가 그 때는 깨닫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한 가지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진영이 단일화 없이 승리를 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권력의 절반을 떼 주면서 김종필과의 단일화로 민주정부의 초석을 놓았다. 그것은 김대중이 유약해서 혹은 권력에 눈이 멀어 행한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살점을 절반 떼 주더라도 이 끈질긴 보수의 영속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결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만약 그 때 우리가 지금의 극렬 지지자처럼 단일화를 결사반대했다면 우리는 아마도 지금껏 민주정부를 가져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결정이 어려울 때는 빼기를 하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재명과 문재인이 서로 대척점에 있을 때 가장 이득을 볼 사람이 누구인가. 이재명인가, 아니면 윤석열 혹은 국힘당 사람인가. 너무도 쉬운 해답이 아닌가. 집단지성은 이렇게 작동해야 최선을 일궈낼 수 있다.
민주주의란 각각이 만나 서로 연합하고 교집합을 찾아 마지막엔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지의 등에 칼을 꽂고, 동지를 팔아넘기고, 적을 이롭게 하는 자는 우리 편이 아닌 밀정이다. 우리의 허약함을 부추겨 분열을 만드는 자 그가 바로 밀정이다. 지난 대선에서 자라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을 보고도 자라라고 하는 것이나 아닌지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문재인의 지지율이 어떻든 살아남은 유일한 진보진영의 대통령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는 이재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아우르는 전략적인 사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정 어렵다면 ‘고양이의 털색깔이 뭐가 중요한가,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이러한 접근법이 필요함을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연숙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