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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서도(鳥路鼠道), 새와 쥐만이 지날 수 있다는 차마고도(茶馬古道) 그 좁고 험한 길

마방들은 길고 험한 여정에서 두려움과 고통에 직면할 적마다 나뭇가지에 알록달록 오색의 천을 묶으며 신께 안녕을 구했으리라.
그 옛날 마방들이 말이나 노새에게 물을 먹이며 자신도 목을 축이고 더위를 달랬을 관음폭포를 지나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깎아지른 벼랑길이다.

경기도민신문 | 기사입력 2024/08/24 [12:44]

조로서도(鳥路鼠道), 새와 쥐만이 지날 수 있다는 차마고도(茶馬古道) 그 좁고 험한 길

마방들은 길고 험한 여정에서 두려움과 고통에 직면할 적마다 나뭇가지에 알록달록 오색의 천을 묶으며 신께 안녕을 구했으리라.
그 옛날 마방들이 말이나 노새에게 물을 먹이며 자신도 목을 축이고 더위를 달랬을 관음폭포를 지나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깎아지른 벼랑길이다.

경기도민신문 | 입력 : 2024/08/24 [12:44]

차마고도(茶馬古道)는 다른 말로 벼랑길이라고도 하고 새와 쥐만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고 험해 조로서도라고도 부른다. 끝없이 이어진 히말라야산맥의 그 좁고 험준한 길에서 인간과 동물이 서로 소통하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티베트를 정점으로 동과 서로 문물과 생명을 전달했던 길이다. 

이 길은 인도의 불교가 들어온 길이기도 하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해 티베트를 거쳐 동으로 전해졌고, 인도에서 불교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티베트에 고스란히 후기 불교의 원형이 남아있다. 인도의 불교를 받아들이고 티베트 땅에 불국토를 건설하려던 티베트왕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온 나라가 불교에 빠진 나머지 쇠락하고 멸망을 하기에 이른다. 

▲  차마고도 좁고 험한 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경기도민신문

 

또한 이 길은 티베트의 불교 성지로 가는 순례길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 수레바퀴처럼 연결돼 있다고 믿는 불자들이 스스로 고행하면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하며 오체투지로 순례길을 완주하면 티베트 불교의 산역사인 수도 라싸의 포탈라궁에 다다른다. 그들은 조캉사원에서 10만 배로 일정을 마무리하는데 비록 순례의 일정은 끝이 나지만 살아있는 동안 순례자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생명을 다하는 날까지 진행형이 된다.

 

티베트왕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에는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을 위협할 정도로 부강했다고 한다. 그 당시 티베트의 영토였던 윈난과 쓰촨. 차마고도는 그 중에서도 티베트 사람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푸얼차(普洱茶·보이차)를 생산하는 윈난에서 시작하는데 그렇기에 차마고도 여정은 생명을 전해주기 위한 숭고한 정신이 깃든 여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5,000km에 이르는 차마고도 중 극히 일부인 차마객잔에서 출발해 중도객잔을 거쳐 티나객잔에 이르는 구간을 트래킹할 예정이었다. 

▲   호도협에서 차마객잔 까지는 택시 타고 이동  ©경기도민신문

 호도협의 포효하는 물소리와 아름다운 금사강을 뒤로 한 채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타고 차마객잔으로 향했다. 차는 출발하자마자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커브는 또 어찌나 심한지 이리저리 핸들을 꺾을 때마다 몸이 심하게 좌우로 쏠렸다. 좁다란 비탈길은 가드레일 너머가 낭떠러지여서 잠깐의 실수로도 바로 협곡으로 굴러 떨어질 듯 아찔했다.

 

어느 정도 오르니 여기저기 신축하고 있는 건물이 보였다. 산비탈에도 땅을 고르고 수평을 잡아 객잔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수요가 있다는 얘기인데 중국 자국민 여행 인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되겠다. 차가 차마객잔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주인장과 부인에게 인사하고 정대표가 절차를 밟는 사이 우리는 객잔을 둘러보았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디귿자 형태로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오른쪽 낮은 곳에 식당이, 마당과 수평인 뒤쪽과 왼쪽 높은 곳에 숙소동이 있다.  

 

객잔의 오후는 졸린 햇살처럼 나른했다. 해는 높이 떠있는 일이 힘에 부친 듯 느리게 서쪽 산등성이를 향해 가고, 객잔 바깥 화장실 담벼락에 핀 꽃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객잔 뒤 담벼락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 까맣고 동글동글한 똥이 즐비하기에 토끼 똥일까, 염소 똥일까 갸웃거리고 있는데 까만 산양 한 마리가 다가오더니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하게 제 갈 길을 갔다. 순례자인 듯 지팡이를 든 현지인이 하나 둘 객잔으로 들어서고 서양인 몇도 체크인을 했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1층은 식당 2층은 전망대와 카페이 있고 1층 옆 건물은 마방. 앞산이 옥룡설산


우리는 가장 높은 왼쪽의 방을 배정받아 짐을 풀었다. 창가에 놓인 침대에 앉아서도 창밖으로 웅장한 능선이 보이는 만족스런 방이었다. 객잔 식당 위로는 작은 카페가 있고 그 앞으로 마루가 깔려있는데 여행객 몇몇이 담소를 나누거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루 맨 끝에 산을 마주하게 놓인 의자에 앉으면 발 아래로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심장이 덜컹한데 호랑이가 아니라도 도움닫기만 제대로 하면 펄쩍 건너편으로 건너갈 듯 능선이 가까이 있었다. 

 오골계백숙과 차마객잔 주인장이 직접 빚은 백주(빠이주).


점심을 대충 때운 데다 해지는 능선을 감상하기 위해 일찌감치 저녁을 주문했다. 식당 벽과 천장에는 빽빽이 방명록이 적혀있었다. 그 중에 절반 가까이가 한글이어서 흥미롭게 관찰을 했는데 내 이름자를 발견하고는 심산유곡에서 산삼이라도 발견한 양 심봤다를 외쳤다. 아마도 나의 영혼이 내가 잠든 사이 몸에서 빠져나와 먼저 답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싱거운 망상에 잠겨있는 사이 주인이 오골계 백숙에 직접 담근 한국식 김치, 감자볶음 등을 내왔다. 이국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일행도 맛있게 먹을 정도로 한국과 다름없는 식단에 감사하며 모처럼 포만감에 젖었다. 

 숨은 이름 찿아 보자.

 

우리가 저녁을 먹는 사이 객잔의 등 쪽으로 서서히 넘어가던 해가 남은 기력을 소진하며 객잔 앞쪽의 봉우리들을 물들였다. 식당 창밖으로 그 광경이 보이자 우리는 후다닥 일어나 마루지붕으로 올라갔다. 해는 온산을 두루 비추다 점차 저물며 찬란한 빛을 쏘아대 능선에 온통 황금 칠을 했다. 마치 신의 나상에 금박 옷을 입히듯 은은하면서도 고고하게 산자락 하나하나를 물들이는 그 황홀경에 홀려있다 보니 어느새 뒷산이 그림자를 드리워 앞산을 시나브로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새벽 5시 반이던가. 동이 트기 전에 서둘러 일어나 아직 완전히 이승으로 돌아오지 못한 몸을 채근하며 밖으로 나갔다. 복도 난간에 기대어 능선을 바라보니 안개인지 구름인지 시야가 뽀얗다. 방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준비해간 커피를 타서 다시 복도로 나갔다. 해가 올라오는 만큼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봉우리들이 걷히는 구름 속에서 허리춤에는 여전히 구름을 두른 채 목욕재계한 신성한 몸을 드러냈다.  

아침 일찍 차마객잔 숙소에서 바라본 옥룡설산


공기 중에 떠있는 미세한 물방울마저 보이는 듯 촉촉한 대기 속에서 카메라 줌업을 한 듯 협곡 건너편 능선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겹친 듯 앞에 보이는 능선과는 달리 뒤쪽의 능선은 하얗게 눈을 덮고 있는 설산으로 보여 더욱 경이로웠다. 협곡 물의 흐름과는 반대로 구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며 흩어져갔다. 누군가는 새벽 어스름 속에 산행을 떠났고, 우리는 경외심에 빠져 한동안 여운을 즐기다 햇살이 구름을 흩어 천지가 확연히 구분된 뒤에야 짐을 꾸려 길을 나섰다. 

 

 

차마객잔을 나와 바로 이어지는 차마고도 구간은 운동화와 반바지 차림으로 걷기에 무리가 없었으나 중간 지점인 중도객잔을 지나면서부터는 겨우 한 사람이 걸을만한 좁다란 노폭에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천 길 낭떠러지라 온 신경을 집중해서 걸어야 하므로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다. 신심은 고난 속에서 더욱 강고해 지는 법, 이 길에서 그 옛날 얼마만큼의 마방이 신과 마주했으랴. 마방들은 길고 험한 여정에서 두려움과 고통에 직면할 적마다 나뭇가지에 알록달록 오색의 천을 묶으며 신께 안녕을 구했으리라.  

 

 

저만치 발 아래로 호도협을 거쳐 온 아름다운 금사강이 흐르는데 협곡의 물소리가 얼마나 큰지 걷는 내내 배경음처럼 깔렸다. 비가 내린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기에는 금사강의 물빛이 탁하지만 일주일 쯤 지나면 예쁜 비취색이 된다. 차마고도에서는 뿔이 멋진 양을 시시때때로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사람을 그냥 영화 속 지나가는 행인 정도로 인식을 하는 듯 무신경하다. 그러다 한 무리의 양들과 마주쳤는데 들고 있던 물을 손에 따라주자 마셨다.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에 이르는 구간에는 오솔길도 있고 이후의 구간에 비하면 비교적 길도 너른데다 길 가장자리로도 산의 경사가 완만해 별다른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조금 더 널찍한 공간에는 어김없이 음료수 등을 파는 점방이 있어 의자에 앉아 벼랑 아래로 금사강을 내려다보며 호사를 누릴 수도 있고, 주인에게 1위안을 내야 촬영이 허용되는 위풍당당한 선인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다. 

 차마객잔 중도객잔 사이 점빵 의자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절벽)


 중간지점인 중도객잔은 차마객잔과는 다른 분위기의 객잔으로 점심식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비교적 현대적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널찍한 마루에 오르면 바로 건너편에 고산의 중턱이 떡하니 눈에 들어와 난간에 기대서서 사진을 찍는 것이 필수 코스라고 한다. 중도객잔에서 티나객잔까지의 구간 중간쯤에 관음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높은 곳에서부터 길을 지나 아래로 길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물줄기는 최종적으로 협곡의 금사강과 합류할 것이다. 
 

 중도객잔 식당에서 먹은 음식

 

그 옛날 마방들이 말이나 노새에게 물을 먹이며 자신도 목을 축이고 더위를 달랬을 관음폭포를 지나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깎아지른 벼랑길이다. 이 구간에서는 대화도 사라지고 사진 찍을 엄두도 나지 않을뿐더러 온몸의 세포를 깨워 발에 집중하게 될 정도로 난코스이다. 이 구간을 지나면 이번 트래킹의 마지막 구간으로 내리막길이 계속돼 발과 무릎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티나객잔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걸음을 재촉하다가는 다리가 풀릴 수도 있어 무리가 된다 싶으면 중도객잔에서 트래킹을 마치고 하산하는 것이 좋다.  

 관음폭포 지나서는 길이 험하다.

 

하늘은 진실로 새파랗고, 바람은 부드러우며, 햇살은 한없이 너그럽고, 구름은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둥실거리는 길. 고개를 돌리면 맞은편에 펼쳐진 거대한 설산의 장관과 협곡의 물소리. 온 힘줄마다 잔뜩 긴장을 한 채 걷는 길이지만 반면에 너무도 따사롭고 평화로웠던 산행, 무념무상으로 길을 걷다보면 길 끝 어디쯤에서 티베트의 승려와 조우할 것만 같은 차마고도, 내 인생에 다시없을 산행. 

 

▲   글쓴이 박연숙 대표  ©경기도민신문

 

3편 운남성 종합편, 리장에서 샹그릴라까지.

혹은 

3편 루구호,,여인국, 샹그릴라 / 4편 리장고성, 인상리장(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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