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로 길이가 약 5,000km에 이르며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높고 험준한 길이다. 중국의 운남, 사천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던 육상 교역로였는데 당송 시대를 거치며 번성하였고 네팔, 인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었다. 우리는 차마객잔에서 시작해 티나객잔에 이르는 구간을 걸었다. 운동화와 반바지 차림으로 걷기에 무리는 없었으나 중간 지점인 중도객잔을 지나면서부터는 겨우 한 사람이 걸을만한 길 폭에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낭떠러지라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온 신경을 집중해서 걸어야 하므로 에너지 소비가 엄청나다. 마지막 구간은 내리막길이 계속돼 티나객잔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걸음을 재촉하면 다리가 풀릴 수도 있다. 저만치 발 아래로 호도협을 거쳐 온 아름다운 금사강이 흐르는데 협곡의 물소리가 얼마나 큰지 걷는 내내 배경음처럼 깔린다. 비가 내린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기에는 사진처럼 금사강의 물빛이 탁하지만 일주일 쯤 지나면 예쁜 비취색이 된다. 차마고도에서는 뿔이 멋진 양을 시시때때로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사람을 그냥 지나가는 행인 정도로 인식을 하는 듯 무신경하다. 그러다 한 무리의 양들과 마주쳤는데 들고 있던 물을 손에 따라서 주자 마신다. 차마객잔에서 중도객잔에 이르는 구간에는 안정감을 주는 오솔길도 있고 이후의 구간에 비하면 비교적 길도 너른데다 오른쪽으로도 산의 경사가 완만해 별다른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조금 더 널찍한 공간에는 어김없이 음료수 등을 파는 점방이 있고 1원을 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멋진 선인장도 있다. 하늘은 너무도 새파랗고, 구름은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둥실거리며, 맞은편에 펼쳐진 거대한 설산의 장관과 그 아래로 흐르는 우렁찬 협곡의 물소리. 온 힘줄마다 잔뜩 긴장을 하고 걷는 길이지만 반면에 너무도 따사롭고 평화로웠던 산행. 길 끝 어디쯤에서 티베트의 승려와 조우할 것만 같은 차마고도, 내 인생에 다시없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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